가족들과 찌개 하나에 숟가락을 넣고, 친구들과 술잔을 돌려 마시는 우리 문화. 정겹게 느껴지지만, 혹시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위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별다른 이유 없이 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그 신호가 사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국인 2명 중 1명이 감염되었다는 헬리코박터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예외는 아닐지 모릅니다.
헬리코박터균 전염 핵심 요약
-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침(타액)을 통해 사람 간 전염되며, 찌개를 같이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식습관이 주요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 대부분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소화불량, 속쓰림, 복부 팽만감, 이유 없는 구취 등이 나타난다면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인자로 지정한 만큼, 만성 위염이나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고 제균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헬리코박터균 당신의 위를 노리는 불청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강한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아 위 점막에 기생하는 독한 세균입니다. 이 균은 요소분해효소를 만들어 주변 환경을 중화시키며 생존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이 균을 명확한 1급 위암 발암 인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방치하는 것은 위 안에 시한폭탄을 두고 사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끈질긴 생존력과 전파 방식
헬리코박터균이 어떻게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걸까요? 가장 주된 헬리코박터균 전염 경로는 바로 사람 간 전염입니다. 감염자의 타액이나 구토물, 혹은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구강 감염이 가장 흔한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 구강 대 구강 경로 배우자나 가족 간의 키스,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먹여주는 행동, 식기를 공유하는 행위 등을 통해 침(타액) 속에 포함된 균이 전파될 수 있습니다.
- 분변-구강 경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감염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수직 감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자녀에게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유아기나 소아 감염이 많습니다.
이처럼 헬리코박터균은 우리의 일상 속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하며, 특히 한국의 식습관은 헬리코박터균 전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찌개 문화, 술잔 돌리기 등 음식을 공유하는 습관은 가족 간 감염, 지인 간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혹시 나도 감염 의심해봐야 할 초기 신호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증상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는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는 무증상 감염 상태입니다. 하지만 균이 활동을 시작하며 위 점막에 손상을 주기 시작하면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주요 초기 신호 | 상세 설명 |
|---|---|
| 만성적인 소화불량 |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이 지속됩니다. 특별히 과식하지 않았음에도 소화가 잘 안된다면 위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
| 공복 시 속쓰림 및 명치 통증 | 위산과다와 비슷한 증상으로, 특히 식사 전 공복 상태일 때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십이지장궤양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합니다. |
| 원인 불명의 구취 | 양치질을 꼼꼼히 하고 구강에 문제가 없음에도 입 냄새가 지속된다면 헬리코박터균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균이 만들어내는 황화합물이 구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 잦은 트림과 메스꺼움 | 위 기능이 저하되면서 음식물과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잦은 트림이 발생하고, 때로는 구역감이나 메스꺼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
방치가 부르는 위험한 질병 위암의 씨앗
단순한 위염 정도로 생각하고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방치하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과 같은 소화성 궤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만성 위염이 지속되면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으로, 그리고 위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세포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전 단계로 분류되는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위암으로 가는 위험한 단계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생 위험을 2~3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조기 위암 발견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 만성 위염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가장 기본적인 결과물입니다. 지속적인 염증 상태가 유지됩니다.
- 위축성 위염 만성 염증으로 인해 위 점막이 얇아지고 위산 분비 기능이 저하됩니다.
- 장상피화생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형되는 단계로, 위암 발생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이 외에도 헬리코박터균은 철 결핍성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위장 질환 외의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 진단과 치료의 모든 것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검사는 위내시경 검사입니다. 내시경을 통해 위 점막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조직 검사를 통해 균의 존재 유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법
- 내시경 검사 및 조직 검사 가장 정확한 방법 중 하나로, 위 내부를 직접 관찰하며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채취해 균을 확인합니다.
- 요소호기검사 (Urea Breath Test) 간단하고 정확도가 높은 비침습적 검사입니다. 검사 시약을 마신 후 날숨(내쉬는 숨)에 포함된 특정 성분을 측정하여 감염 여부를 판단합니다. 제균 치료 후 균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확인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 혈액 검사 및 분변 검사 혈액 속 항체를 확인하거나 대변에서 균의 항원을 검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균 치료 누구에게 필요하고 어떻게 진행될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소화성 궤양을 앓고 있거나, 위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위축성 위염 또는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은 경우 등 특정 치료 대상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됩니다.
제균 치료는 보통 1~2주간 두세 종류의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제균 약 복용 중 설사, 복통, 미각 변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경미하며 약 복용이 끝나면 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이 생겨 다음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재감염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헬리코박터균 전염을 막는 건강한 생활 수칙
헬리코박터균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가족과 나의 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 수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습관 개선부터 시작하는 예방
- 개인 식기 사용 생활화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는 각자 국그릇에 덜어 먹고, 개인 수저와 컵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 음식 공유 문화 개선 반찬을 덜어 먹을 때는 덜어 먹는 전용 젓가락이나 집게를 사용합니다. 술잔을 돌리는 문화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철저한 위생 관리 식사 전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식기는 정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소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맵고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자극하여 헬리코박터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면역력 강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신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나 유산균 섭취도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위 건강은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부터라도 개인 식기를 사용하고 음식을 덜어 먹는 작은 실천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전염의 고리를 끊어내는 노력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